새끼 꼬듯 밥줄도 꼬아라/취업 일기

자기소개서는 귀찮아.

유영하는 바다젤리 2025. 3. 7. 17:36

  회사를 찾고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은 어렵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하로 요약되겠다.

 

1. 과거를 반추해야 한다.

: 우울증이 발생하는 주 원인이란다. 실제로 자기소개서에 투자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해지더라.

: 게다가 객관적으로 내 과거를 관찰해야 한다. 두 배로 괴롭다.

 

2. 비슷한 내용의 끝없는 수정이다.

: 결국 내 인생이고 유사 직무에 지원하는 것이라 결국 같은 말인데, 지원 회사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지고, 제출할 때마다 더 나은 퀄리티를 위해 끝없이 수정한다. 심지어 피드백도 없다. 기약도 피드백도 없이 영원히 보고서 하나를 다시 제출하라고 외치는 부장님을 모시는 기분이다.

 

3. 미열람의 심적 고통.

: 몇날 며칠을 공들여서 쓴 편지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 같다.

채용이 되었으면 공고를 내리고, 불합격이면 불합격이라고 통보는 해줬으면 좋겠다.

 

4. 능력과 인생에 대한 부정 같다.

: 피드백이 없으니 나의 모든 것이 단점인 것만 같다. 그런데 그냥 이력서만 제출하는 것과 달리 자기소개서는 시간과 공력이 많이 소요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탈락에 대한 타격도 큰 듯하다.

 

5. 소모적인 수행이다.

: 자격증을  따거나 어학을 공부하는 것은 머릿속에 지식이 남고, 합격하면 자격사항으로 남는다. 그런데 자기소개서는 떨어지는 순간 의미가 없어지니 허탈하다.

 

  해외는 이력서만 보고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자기소개서는 국내 회사들의 불필요한 관행이라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니 글에서 묻어나는 그 사람의 성격적 특성과 함께 일하고 싶은 이유 정도는 묻고 싶을 회사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다만 이 이상을 묻는 것은 불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 직무나 회사에 관심이 있다는 전제 하에, 신입이라면 회사 이미지에 대한 동경이나 직무에 대한 전반적 관심, 혹은 연봉이나 회사 규모에 대한 끌림 정도가 지원동기 아니겠나? 성격적인 것도 결국 부정적인 건 다 빼고 적을텐데 성격을 서술하라고 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차라리 신입이면 학교생활 중에 있었던 (원하는 성격 관련)경험이나 서술하라 하고, 경력자면 회사생활 중에 있었던 경험이나 서술하라 하면 될 것을. 인사담당자들은 사람 보는 눈이 있으니 그 자리에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 사람들이 저런 항목의 글에서 서술자의 성격을 못 읽어내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가고 싶어서 쓰는 거 맞으니까 진실성이나 의심하지 않았으면.

'새끼 꼬듯 밥줄도 꼬아라 > 취업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 04. 09. 수  (0) 2025.04.09
2024. 10. 31 (위생사 D-16)  (5) 2024.10.31
첫 인적성과 인적성 탈락.  (0) 202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