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는 처음이라/오늘 일기 한피스

2025. 05. 15 (월)

유영하는 바다젤리 2025. 5. 15. 20:43

2025 05 15 퇴근길

 

  사실 이 블로그는 반쯤 실명이라 생각하고 쓴다,

그럴 법한 것이, 블로그 메인 컨셉을 '여행'으로 잡고, 부가적으로 전공 관련 설명을 쓰는 블로그로 잡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행이란 것이, 전업 블로거가 아닌 이상 사는 지역이 드러날 수밖에 없겠고, 전공과 직무에 관한 것을 쓰면 내 전공과 직업이 드러난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 지속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많이 위험한 짓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글을 작성하는 것은 내 인생을 기억해줄 것이 기록밖에 없음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요, 영원히 옆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신입 일기인데, 내일까지 출근하면 입사 3주차가 끝난다. 

입사부터 이제까지 개인으로서도, 회사 내에서도 수많은 일이 있어 그 삶을 소화해내기조차 벅차 이 생생한 시간을 다 기록하기가 힘이 든다.

 

   공교롭게도 지난 회사에 6월 첫주부터 출근하였고, 이번 회사에 4월 하순부터 출근하였으니 두 회사 모두 대략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회사 소재지에 첫 이사를 하고 첫 출근을 하게 됐다. 봄과 여름의 사이에 걸쳤으니 가로수부터 들풀까지 꽃을 피워대는 화려한 시기. 

 

  미신이 싫어 점집 한번 가지 않고 여태껏 살았음에도, 가끔은 사람의 직감이란 이런 것인가 싶은 것이 이 부분이었다. 이전 회사는 그 화려한 수레국화며 하얗고 빨간 이름 모를 여러 꽃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저승길이 떠오르더라니, 이번 회사는 길가에 핀 개불알꽃이며 아카시아 이팝나무 하얀 꽃밭이 그저 아름답고 향기롭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전 회사는 다닌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출근길이 정말 저승길마냥 괴로웠고, 이 회사는 아침이 피곤하기는 하지만 평생을 괴로워하던 삶의 방식에 대해 어른으로서 조언해줄 수 있는 눈과 아량을 가진 상사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같은 사람이 같은 계절에 꽃밭을 보고 느낀 직관이 마치 미래를 점친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아무튼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